미국경제 침체와 글로벌 환율갈등 영향으로 달러화 약세가 예견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이 키코(KIKO·환헤지용 파생상품) 악몽으로 인해 ‘환 리스크(위험)’ 관리에 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코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은행들도 환 헤지용 파생상품 개발과 판매에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키코 사태가 기업들의 과잉 환헤지로 인한 결과였다면 지금의 ‘과소 환헤지’ 상태 역시 기업들의 환 리스크 부실 관리와 대량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키코란 일정 환율 범위안에서 환율 손실을 보상해 주고 그 이상이 되면 기업이 달러를 매입해 되사주는 환 헤지(Hedge·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것)용 금융 파생상품의 하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은 연초 1154.5원에서 1110.0원(11월10일 종가)으로 떨어지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원·달러환율 하락(달러화 가치 절상)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조치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환 리스크 관리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키코 사태로 인해 나타난 결과다. 더욱이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키코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키코 학습효과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환헤지 물량이 줄었고 환헤지를 하더라도 단순한 선물환 거래만 하거나 헤지 기간을 단기로 설정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도 “환헤지 파생상품은 까다롭고 잘못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퍼져 있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키코와 같은 환헤지 파생상품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거부감이 자칫 환리스크 부실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환 리스크 관리는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금융당국 주도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인 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파생상품 분쟁시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책임 부분을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0-11-11

(출처; 문화일보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