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11월 미국 뉴욕 보스턴 등 동부 지역에는 따듯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났다. 과거처럼 계절이 바뀌는 것에 맞춰 겨울옷을 내놓았던 업체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날씨 전문가를 고용해 일찌감치 날씨 대응 전략을 구축한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달랐다. 타깃은 2004년 `날씨대응팀(Climate team)`을 만들고 `클라이미트 머천트(Climate Machant)`라는 전문 직종을 만들어냈다. 기상 예측을 바탕으로 입점 품목을 점검하고 맞지 않는 제품은 매장에서 뺀다.

마이클 알렉신 타깃 부회장은 "보통 입점 업체들이 9월을 가을의 시작으로 생각했다"며 "타겟은 11월이 될 때까지 두꺼운 코트류를 들여놓지 못하도록 했고 겨울용 울 제품은 매우 적은 양만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타깃은 날씨로 인한 매출 손실을 전혀 입지 않았다.

의류업체 웨더프루프는 날씨 전문가 영입에 그치지 않고 업계 최초로 날씨 보험에 가입했다. 뉴욕 12월 날씨가 이상 고온 현상을 지속할 때 최대 1000만달러(약 100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더프루프 관계자는 "날씨 보험료는 자동차 보험료처럼 회사로서는 결코 사용하고 싶지 않은 금액"이라면서도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기상산업 연 300조원 규모 =

미국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에 따르면 미국 기상 관련 산업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연간 3000억달러(약 300조원)에 달한다. 미국 기상산업은 날씨를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천재지변`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우리는 보험계약 약관이나 각종 법령에서 발견되는 `천재지변시`라는 예외규정으로 통칭되듯 날씨를 우연적 요소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날씨는 통제가능한 리스크이기 때문에 보험 마케팅 등 대부분 분야에서 `매니지먼트`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활용 범위도 다양하다. 날씨 보험은 이미 고전적인 영역이며 유전 탐사, 원양어업, 유통업, 헬스 케어 등 `날씨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채택하지 않은 산업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피해가 가장 극심한 플로리다주에서는 플로리다주립대학(FSU) 기상모델연구소(COAPS)가 보험사 보험설계 작업에 직접 참여한다. 각 지역 위치와 기후 예상에 따라 보험요율을 차등 적용하는 과정에 기상학자 전문 의견이 반영된다. 기상학자들이 만든 모델은 플로리다 주정부 심사를 거쳐 보험회사 판매 상품에 직접 적용된다. 미국 공보험사 중 최대 규모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사 판매 모델도 COAPS 모델을 따른다.

이 작업에 참여한 COAPS 스티브 콕 박사는 "2005년 여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카트리나 이후 보험요율이 엄청나게 상승했다"면서 "기후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측정은 재해 보험료 책정 과정에서 보험사 폭리를 막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테이트 팜은 농작물 재해보험뿐 아니라 화산 홍수 등 다양한 자연재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티브 박사는 "이런 강력한 공보험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사람도 기상이변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

지난해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는 대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거센 풍랑이 일고 있었지만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은 항해를 계속했고 결과적으로 기름유출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삼성중공업 측은 "기상청 일기 예보에서 서해 중부 앞바다에만 풍랑주의보가 있었을 뿐 사고가 난 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기상청 단순 예보가 아닌 항로별 맞춤형 기상정보를 이용해 위험관리에 나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박선기 이화여대 국지재해기상예측기술센터장은 "아직 한국에서는 날씨 정보를 돈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인식이 기상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 미국계 해양 기상정보 업체인 오션루트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업계의 냉담한 반응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기상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한국 기상산업 규모는 연간 300억원 규모다. 미국 경제 규모가 2005년 기준으로 한국 대비 15배 수준(미국 GDP 12조4165억달러, 한국 7913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 기상산업 규모는 1000분의 1 수준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박동준 케이웨더 과장은 "한국은 1997년에 기상정보업이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