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구현한다는 인터넷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중심에서 작용하는 삶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웹리스크(웹상에서 발생가능한 해킹, 명의도용, 저작권침해, 인격침해, 개인정보유출 등의 리스크를 총칭함)에 대비한 국가, 사업자, 개인의 리스크관리의식은 초보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초 국내 대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 1800만명 옥션 회원의 60%인 1081만명의 이름과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등이 유출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2006년의 리니지 게임의 명의도용, 약 750만명의 회원과 약 280만개의 커뮤니티를 보유한 1세대 포털인 네띠앙의 파산으로 인한 정보유실, 국민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이미 그 심각성이 사회적 용인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정보유출은 사생활 침해, 명의도용,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외에도 주민등록번호 위주로 구성된 대한민국 인터넷의 개인 식별 기능을 마비시켜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방송통신위원회)는 하반기부터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여 인터넷 개인 식별번호인 '아이핀' 사용을 의무화하고, 사업자의 자율적 개인정보보호 활동 강화 및 인식 제고, 해킹에 대한 기술적 대응 강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인터넷이용자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총론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이지만 개인정보 유출사고시 인터넷사업자의 책임, 개인정보 유출피해자에 대한 보상대책 부분은 미흡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옥션관련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옥션을 상대로 ‘피해자 1인당 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여 소송가액은 최대 21조원에 달하며, 소송과 함께 네티즌의 집단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회사의 존립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소송의 경우 원고가 손해배상금액을 일단 고액으로 제기하는 성향이 있고 손해배상금액 지급 판결은 통상 민법상 책임에서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옥션 사고는 옥션과 보안회사, 해커 등 외부 변수들이 복잡해 각 주체의 책임 소지와 과실 여부가 불분명하며 제3자 해커에 의한 정보유출이란 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 옥션측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누출을 막기 위한 주의의무를 이행했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판례를 보면 LG전자 채용정보 유출 사건은 2000만원 제기에 70만원, 국민은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300만원 제기에 10만원(2심 항소심 20만원), 리니지2 정보유출 사건은 500만원에 50만원(2심 10만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수만명의 피해자들이 소송 의사를 밝혔고,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원 재량으로 개인당 소액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인터넷사업자의 배상능력이 따르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피해는 보전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정보유출 리스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 “e-biz 배상책임보험”,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 등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의무보험인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만이 활성화 되어 있을 뿐 기타의 보험은 사업자의 무관심으로 일부업체만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연간보험료 규모가 “개인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 20억원, “e-biz 배상책임보험” 30억원 수준으로 가입업체는 50～60업체로 추산됨).

 

문제는 은행 등 배상자력이 풍부한 사업자가 가입하는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은 의무화(보험가입금액은 사업자 규모별로 1억원～20억원)되어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배상자력이 부족한 일반 인터넷사업자의 책임보험은 자율화되어 있다는 점이다(옥션의 경우도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의 사례와 같은 사업자의 작위적인 정보유출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과실에 의한 해킹사고 및 사업자의 파산에 따른 사적 정보 유실(전술한 네띠앙의 경우) 등의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자의 보험가입 의무화 등 안전장치의 법제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보험가입 의무화는 규제정책으로 인식되기 쉽고 사회시스템이 정비된 선진화된 국가일수록 각 경제주체는 자신의 사업운영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여 자발적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의 경우 배상책임보험은 기업체 등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리스크관리 차원보다는 법령에 의한 강제, 형식적 보험가입을 통한 마케팅 목적, 발주기관의 요청 등 외부요인에 의한 보험가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웹리스크에 대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여 인터넷사업자의 리스크관리의식을 고취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당위성이 존재한다(대개의 경우 사업자는 보험가입시 보험료절감을 위해 사고관리에 더욱 노력하는 현상을 보인다). 또한 보험회사는 잠재고객을 개발하고 각종 리스크관리대책을 서비스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내 웹관련 배상책임보험시장을 활성화하고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종합적인 리스크관리기관으로 제 몫을 수행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출처; kidi )